제5장 체언과 그 쓰임 - 5.4 체언과 복수 [우리말 문법론]
- 우리말 문법론
- 2022. 9. 29.
5.3 수사(계속)
서수사
서수사는 '첫째, 둘째'와 같이 대상의 순서를 가리키는 수사이다.
(6) 가. 첫째,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열째, 열한째, 열두째, 스무째
나. 제일, 제이, 제삼, 제사
(6가)는 고유어계 서수사이고 (6나)는 한자어계 서수사이다. 고유어계 서수사는 '첫째'를 제외하면 대체로 수관형사에 접미사 '-째'가 결합하여 만들어진다. '첫째'는 '하나'나 '한'이 아닌 '첫'이 '-째'와 결합하여 일종의 보충법에 의해 만들어졌다. 영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서수사가 보충법에 의해 형성되는 예가 흔히 나타난다. 한자어계 서수사는 접두사 '제-'를 결합하여 만들어진다.
고유어 서수사에도 정확한 수량을 나타내는 정수뿐 아니라 개략적인 수량을 나타내는 부정수가 있다.
(7) 한두째, 두어째, 두세째, 두서너째, 서너째, 댓째, 여남은째, 여러째, 몇째
서수사 부정수는 대체로 기수사 부정수에 접미사 '-째'가 결합하여 이루어진다. '한두째'의 경우도 기수사에서 '한둘'이었듯이 '첫두째'와 같은 보충법의 형태가 나타나지 않는다. '여남은째'의 경우 '열'에 접미사 '남은'이 결합되어 관형사가 되고 여기에 '-째'가 결합한 것으로, '열이 조금 넘는의 의미를 가진다.
고유어계 및 한자어계 수사 혹은 수관형사의 사용과 읽기
고유어계 수사와 한자어계 수사는 쓰임이 정해져 있어서 바꾸어 쓸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물건의 수를 셀 때에는 일반적으로 고유어계 수사를 쓴다. 물론 백부터는 고유어가 없으므로 한자어계 수사를 사용한다. 수 단위가 낮을수록 고유어계 수사를, 커질수록 한자어계 수사를 쓰는 경향도 있다. 다음에서 볼 수 있듯이 수학적인 계산에서는 한자어가 쓰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단위성 의존명사가 없이 사람이나 사물을 셀 때에는 고유어만 쓰인다.
(8) 가. 삼 더하기 사는 칠
나. 셋 더하기 넷은 일곱
(9) 가. 사과 하나에 얼마냐?
나. 사과 일에 얼마냐?
글을 쓸 때에는 고유어계 수사나 한자어계 수사뿐 아니라 아라비아 숫자를 쓰기도 한다. 아라비아 숫자는 한글이나 한자와 달라서 쉽게 구별되어 인식되므로 점차 그 쓰임이 확대되고 있다. 아라비아 숫자로 적힌 수사 혹은 수관형사가 단위성 의존명사 혹은 분류사와 함께 쓰일 때, 그 의존명사가 고유어이면 고유어계로 읽히고 한자어이면 주로 한자어계로 읽히는 경향이 있다.
먼저 고유어계로만 읽히거나 고유어계와 한자어계로 읽히는 경우를 살펴보자.
(10) 옷 5벌, 소 2마리, 나무 3그루
(11) 가. 사과 1개, 술 5 잔, 잉크 3병, 책 3권, 종이 1장
나. 배 1척, 배 20척, 학생 1명
(12) 쌀 2킬로그램, 5킬로미터
고유어계 단위성 의존명사가 쓰일 경우 (10)과 같이 수사 혹은 수관형사는 거의 예외 없이 고유어계로 읽힌다. 한자어계 단위성 의존명사가 쓰일 경우 (11가)처럼 고유어계로 읽히기도 하고 (11나)처럼 고유어계와 한자어계로 읽히기도 하여 규칙화가 어렵다. 그런데 한자어 단위성의존 명사가 고유어로 동화된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같이 쓰인 수사 혹은 수관형사는 고유어계로 읽히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서양 외래어 계통의 단위성 의존명사가 올 경우 고유어로의 동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12)에서 볼 수 있듯이, 같이 쓰인 수사 혹은 수관형사는 거의 한자어계로 읽힌다. 북한에서는 이런 경우, '한 킬로그램'과 같이 고유어로 읽을 것을 규범화하고 있다. 또한 (11나)의 '배 1척'과 '배 10척'에서 알 수 있듯이 같은 단위성 의존명사가 결합한 경우에도 낮은 수인 경우는 고유어로, 높은 수인 경우는 한자어로 읽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다음은 주로 한자어계로만 읽히는 경우이다.
(13) 가. 15원, 1달러 50센트
나. 1945년 8월 15일
다. 12시 20분 30초
라. 10리, 3미터, 2킬로미터
돈의 단위가 의존명사로 쓰일 때는 (13가)에서 알 수 있듯이 한자어계로만 읽힌다. 외국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옛날 화폐 단위인 '푼'의 경우 '한 푼, 두 푼'처럼 고유어계로 쓰인다. 시간 표시의 단위성 명사가 붙을 경우 (13나, 다)에서처럼 모두 한자어계로 읽는다. 다만 '시'가 붙을 경우만 예외적으로 고유어계로 읽는다. '분'이나 '초'와 달리 '시'만이 고유어로 읽히는 것은 '시'가 고유어화하여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관습 때문으로 생각된다. 거리 표시 단위성 명사가 결합하는 경우 (13라)에서 볼 수 있듯이 주로 한자어계로 읽는다.
5.4 체언과 복수
우리말과 복수 표시 방법
우리말은 영어, 독일어 등 인도유럽어들과 달리 단수와 복수를 나타내는 수 표현이 문법 범주로 발달하지 않은 언어이다. 인도유럽어들에서는 체언의 복수형이 굴절에 의해 표시될 뿐 아니라 형용사나 동사의 활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우리말의 경우 복수의 표시가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나지만 규칙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제 우리말의 여러 가지 복수 표시 방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복수 표시의 접미사로 언급되는 '-네', '-희', '-들'에 의해 복수를 표시하는 방법이 있다.
(1) 가. 우리 동네에서 순이네가 가장 부자이다.
나. 너희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다. 학생들이 모두 어디로 갔느냐?
(1가)의 '-네'는 중세국어에서는 높임의 대상에 쓰였으나 현대국어에서는 그런 기능은 사라졌다. 또한 '-네'는 일반적인 명사에 두루 결합하여 복수를 나타내기보다는 '어르신네, 아저씨네'처럼 '그 사람이 속한 집'의 뜻을 나타내거나, '동갑네, 여인네'처럼 '같은 처지에 있는 무리'의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네'의 경우 보편적인 복수성을 표현한다고 보기 어렵다. (1나)의 '-희'는 '저희, 너희'와 같은 소수의 대명사 예에서만 나타난다. 생산성이 거의 없는 접미사로서 역시 보편적인 복수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 (1다)의 '-들'은 우리말에서 복수를 표시하는 대표적인 요소이다. 이에 대해서는 곧이어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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