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체언과 그 쓰임 - 5.2 대명사 [우리말 문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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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명사(계속)

단위성 의존명사

지금까지 언급한 의존명사들과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종류로 단위성 의존명사가 있다. 단위성 의존명사는 수량을 나타내는 단위라는 공통된 특성을 가지며, 그 앞에는 수사나 수관형사와 같은 수량 표현이 온다.

 

(13) 가. 사과 한 개, 돌 한 개, 연필 한 개, 의자 한 개

       나. 파 한 뿌리, 배추 한 통, 소 한 마리, 냉면 한 사리, 쌀 한 말, 집 한 채, 방 한 칸, 책 한 권

 

단위성 의존명사 중에는 (13가)의 '개'와 같이 명사의 종류와 관련 없이 널리 쓰이는 것도 있지만, (13나)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은 특정한 명사와만 결합한다. 그리하여 단위성 의존명사의 사용을 통해 명사의 의미 자질을 세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점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다른 언어와 구별되는 우리말의 특질의 하나라고 할 만하다.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 가운데에는 의존명사만으로 쓰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자립명사가 의존명사의 기능을 띠는 경우도 있다.

 

(14) 가. 사과 한 개, 소 한 마리

       나. 쌀 한 되, 콩 한 말

       다. 학생 한 사람, 파 한 뿌리

 

(14가)의 '개, 마리' 등은 자립명사로는 쓰이지 않고 의존명사로만 쓰인다. (14나)의 '되, 말'의 경우 의존명사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나 자립명사로도 쓰이며, (14다)의 '사람, 뿌리'는 자립명사로 쓰이는 것이 더 일반적이나 경우에 따라 의존명사로도 쓰인다. 이는 단위성 의존명사가 대체로 일반 명사에서 발달했음을 보여 준다. 의존명사로만 쓰이는 경우와 의존명사와 자립명사로 쓰이는 경우 등 단위를 나타내는 표현을 통틀어 '분류사'라 부르기도 한다.

 

 

5.2 대명사

대명사의 특징과 종류

대명사는 '사물의 이름을 대신하는 말'로 정의된다. 대명사는 명사가 쓰일 자리에 명사를 대신하여 나타나므로 그 의미는 대체될 수 있는 단어를 전제로 파악된다.

 

(1) 가. 너는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니?

     나. 일행은 사평역에서 내렸다. 거기서부터 마을까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1가)의 '너', '거기', '무엇'은 적절한 상황이 주어져 있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가 없다. 대명사는 (1나)의 '거기'처럼 적절한 문맥이 파악되어야만 지시하는 바가 명확하게 밝혀진다.

 

대명사의 의미적 특성은 상황 지시의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명사는 대체로 상황과 무관하게 동일한 의미로 파악된다. 그러나 대명사는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파악되기도 한다. (1가)의 예에서 '너'는 상황에 따라 철수일 수도 있고 영수일 수도 있다. '거기'도 학교일 수도 있고 집일 수도 있다. '내일', '오늘'과 같은 일부 명사가 이런 속성을 가지기는 하지만 명사의 이런 용법이 예외적임에 반해 대명사는 상황 지시성이 기본적인 특성이다.

 

또한 대명사는 사물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사물의 이름을 대신하여 그것을 직접 가리키기 때문에 같은 사물에 대해서 대명사의 형태를 달리하여 지시할 수도 있다.

 

(2) 가. 너는 거기서 무엇을 하니?

     나. 나는 여기서 연필을 찾고 있다.

 

(2가)의 '너'가 '영수'이고, '거기'가 '방'이라고 하자. 이에 대한 대답인 (2나)에서는 '영수'를 '나'로, '방'을, '여기'로 형태를 바꾸어 표현한다.

 

대명사가 이런 의미상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기능상으로는 명사와 큰 차이가 없다. 그리하여 학자들 중에는 대명사를 따로 두지 않고 명사에 편입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명사에는 잘 발견되지 않는 형태 및 기능상의 특수성이 발견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와 '너'의 주격형은 '나가', '너가'가 아니라 '내가', '네가'로 나타나는데, 이런 특성은 명사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다. 또한 '나'나 '너'가 상대방의 지위에 따라 '저'나 '자네'와 같이 바뀌기도 하는데, 이 역시 명사에는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특성을 고려하면 대명사를 독립된 품사의 하나로 두는 것이 편리할 때가 많다.

 

대명사는 지시 대상이 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 인칭대명사와 지시대명사로 나눌 수 있다. 인칭대명사는 다시 1인칭 대명사, 2인칭 대명사, 3인칭 대명사로 나눌 수 있고, 지시대명사는 사물 표시 지시대명사와 장소 표시 지시대명사로 나눌 수 있다. 대명사를 화자와 청자를 기점으로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근칭, 중칭, 원칭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대명사는 상대방의 지위에 따라 나눌 수도 있고 단수형과 복수형으로 나눌 수도 있다. 

 

인칭대명사

인칭대명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인대명사', '사람대이름씨'로 불리기도 한다.

 

(3) 가. 나, 저

     나. 우리, 저희

(4) 가. 너, 자네, 당신, 그대

     나. 너희

(5) 이이, 이애, 이분; 그, 그이, 그애, 그분; 저이, 저애, 저분

 

(3) ~ (5)의 예들은 비교적 자주 쓰이는 인칭대명사들이다. (3)은 1인칭 대명사인데 (3가)는 단수형이고 (3나)는 복수형이다. (4)는 2인칭 대명사인데 (4가)는 단수형이고 (4나)는 복수형이다. (5)는 3인칭 대명사인데 근칭, 중칭, 원칭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우리말은 대명사가 그리 발달한 언어가 아니다. 특히 3인칭 대명사의 경우 '그'를 제외하면 단일어 형태가 잘 발견되지 않고, 명사와의 복합형이 쓰인다. 인도유럽어와 달리 성이 문법 범주가 아니어서 남성형과 여성형이 잘 구별되지 않지만 문학 작품이나 편지와 같은 문어체가 주로 쓰이는 환경에서는 '그'에 대응하는 '그녀'가 구별되어 쓰이기도 한다.

 

우리말은 대명사가 발달하지 않은 편이기는 해도 공대법에 따른 분화를 보여 준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곧 예사말에 대해 겸사말과 공대말이 구별되는 것이다. 1인칭의 경우 예사말인 '나, 우리'에 대해 겸사말인 '저, 저희'가 구별되어 쓰이고 있다. 2인칭의 경우 예사말인 '너'에 대해 공대말인 '자네, 당신, 그대' 등이 구별되어 쓰이고 있다. 이때 '자네'의 경우 화자보다 더 높은 대상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대접해 준다는 점에서 공대말에 넣을 수 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3인칭의 대명사는 '이, 그, 저'와 명사가 결합된 합성어가 대부분인데 합성어를 이루는 명사에 따라 예사말과 공대말이 구별되어 쓰인다. 곧 예사말인 '이이, 이애; 그, 그이, 그애; 저이, 저애'에 대해 공대말인 '이분; 그분; 저분'이 구별되어 쓰이고 있다. 3인칭 대명사 중에서 후술 할 재귀칭으로서의 2인칭 '당신'과 구별되는 공대말의 '당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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