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체언과 그 쓰임 - 5.2 대명사(계속) / 5.3 수사 [우리말 문법론]
- 우리말 문법론
- 2022. 9. 29.
5.2 대명사(계속)
재귀칭
대명사의 특수한 예로는 재귀칭이라는 것이 있다. 이들은 '재귀대명사' 혹은 '재귀사'라고도 하는데 전통적으로는 재귀칭이라 불러왔다. 이들은 다른 대명사들이 앞 문장이나 문맥에 나오는 체언을 대신하는 것과 달리 한 문장 안의 체언을 대신하는 기능을 한다.
(12) 가. 나도 너를 잘 모르겠다.
나. 너는 나를 사랑하니?
다. 그는 그의 가족을 사랑한다.
라. 그는 자기 가족을 사랑한다.
(12가, 나)에서 볼 수 있듯이 한 문장 안에서 앞에 나오는 명사나 대명사를 받을 때 1인칭과 2인칭의 경우 일반적인 대명사와 형태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3인칭의 경우 (12다)와 같이 '그'를 일반적인 대명사인 '그'로 받을 수 없고 '자기'로 받아야 한다. 사람에 따라 (12다)가 자연스럽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 대신에 일반 명사를 사용한 '철수는 그의 가족을 사랑한다. / 철수는 자기 가족을 사랑한다.'와 같은 표현을 고려하면 '자기'를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한 문장 안의 명사나 대명사, 즉 선행 명사구를 다시 받을 때, 일반적인 대명사와 다른 형태를 취하는 것을 재귀칭이라 부른다.
우리말의 재귀칭에는 '자기' 이외에 '저'와 '당신', 그리고 '저'의 복수형 '저희'가 더 있다. 이들은 존비의 등분에 따라 구별되어 쓰인다.
(13) 가. 누구든 제 자식은 귀여워한다.
나. 누구든 자기 자식은 귀여워한다.
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젊으셨을 때, 나라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셨단다.
(13가)의 '저'와 (13나)의 '자기'는 거의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지만 '자기'가 '저'보다는 앞에 오는 선행 명사구를 조금 더 대접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3다)의 '당신'은 선행 명사구가 공대말이면서 사적인 대화의 자리에 쓰일 때 나타난다.
우리말은 영어와 비교해 보면 재귀칭이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말 재귀칭은 이미 언급한 것처럼 선행 명사구가 3인칭이어야 하고 유정명사여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선행 명사구가 주어나 주제일 때 쉽게 사용되는 경향을 보인다.
(14) 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나. 이 그림은 그것을 그린 사람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15) 가. 철수는 영수가 자기가 잘생겼다고 말하는 것이 우스웠다.
나. 철수는 영수에게 자기가 이겼다고 우겼다.
(14가)의 경우 선행 명사구가 유정명사이므로 재귀칭이 쓰였지만 (14나)의 경우 선행사가 무정명사여서 재귀칭이 아닌 일반 대명사가 쓰였다. (15가)는 재귀칭의 선행 명사구가 주제 혹은 주어가 모두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15나)는 재귀칭의 선행 명사구가 주어 명사구일 때는 자연스럽지만 부사어 명사구일 때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5.3 수사
수사의 특징과 종류
수사는 '사물의 수량이나 순서를 나타내는 말'로 정의되고 있다.
(1) 가. 나는 사과 하나를 샀다.
나. 그 집 아이 중 첫째는 해완이고, 둘째는 지완이다.
(1가)의 '하나'는 수량을 가리키고 (1나)의 '첫째, 둘째'는 순서를 가리킨다. (1)의 예들은 사전에 따라 명사로 처리하기도 하나 기본 용법은 수사이다. 수사는 관형어의 수식을 자유롭게 받지 못한다는 점, 어떤 대상을 대신 가리킨다는 점 등에서 대명사와 비슷하다. 그리하여 수사를 대명사에 편입시키는 학자도 있다. 하지만 대명사는 하나의 대상을 '이것'으로도 나타내고 '그것'으로도 나타내는 상황지시성을 가지지만 수사는 그렇지 못하므로 차이가 있다. 또한 수사는 한 문장 안의 다른 성분과 관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일반적인 대명사와 차이가 있다.
(2) 나는 사과 하나를 샀다.
(2)의 '하나'는 바로 앞의 '사과'를 지시한다. 이 점에서는 재귀칭의 대명사와 유사한 속성을 지닌다.
수량과 순서를 나타낸다고 해서 모두 수사는 아니다. '하루, 이틀, 사흘'과 같은 날짜를 나타내는 밀이나, '8/15, 3/1절'
과 같은 특정 기념일을 나타내는 말이나, '처음, 갑절, 끝'과 같이 순서를 나타내는 말 등은 수량과 순서를 나타내지만 명사에 속한다. 수사는 모든 사물의 수량이나 순서를 두루 가리키는 보편적인 지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사는 먼저 양수사와 서수사로 나눌 수 있다. 양수사는 기수사 혹은 기본수사, 서수사는 순서수사라 부르기도 한다. 양수사와 서수사는 모두 기원에 따라 고유어 계열과 한자어 계열로 나눌 수도 있다.
양수사
양수사는 '하나'와 같이 사물의 수량을 지시하는 수사이다.
(3) 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
나. 영,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 이십, 삼십, 백, 천, 만, 억, 조
(3가)는 고유어 계통의 수사이고, (3나)는 한자어 계통의 수사이다. 고유어 수사는 1부터 99까지만 있어 백 이상은 한자어 수사, 혹은 한자어와 고유어 수사가 결합한 형태만 쓰인다. 중세국어에는 '온, 즈믄'과 같은 고유어 수사가 있었으나 현대 국어에서는 모두 한자어로 대치되었다.
고유어 양수사 중에는 정확한 수량을 나타내는 정수뿐 아니라 개략적인 수량을 나타내는 부정수도 있다.
(4) 한둘, 두셋, 두서넛, 서넛, 너덧, 댓, 너더댓, 대여섯, 예닐곱, 일여덟, 여럿, 몇
부정수에는 '한둘'과 같은 두 숫자의 합성어와 '두서넛'과 같은 세 숫자의 합성이 있다. 합성의 과정에서 '두셋'에서처럼 탈락이 일어나거나 '댓'처럼 축약이 일어나기도 하며 '서넛'에서처럼 형태가 다소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합성수사는 아니지만 '여러'와 '몇'도 부정수에 속한다.
수사 중에는 다음과 같이 사람의 수를 나타내는 말도 있다.
(5) 혼자, 둘이, 셋이, 넷이, 여럿이, 몇이
(5)는 '혼자'를 제외하면 수사에 '-이'를 붙여 주로 사람의 수를 나타내는 데에 쓰이고 있다. 그리하여 이를 인수라고 불러 (3)과 같이 주로 물건의 수효를 나타내는 물수와 구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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