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체언과 그 쓰임 / 제 6장 용언과 그 쓰임 [우리말 문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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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체언과 복수(계속)

다음으로 수량을 표시하는 부사나 형용사를 사용하여 복수를 표시하는 방법이 있다.

 

(2) 가. 운동장에 사람이 많이 모였다.

     나. 운동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3) 가. 산에 나무가 많다.

     나. 산에 나무들이 많다.

 

(2가)는 부사 '많이'를 통해, (3가)는 형용사 '많다'를 통해 복수가 표현되어 있다. 이처럼 수량을 표시하는 부사나 형용사가 쓰일 경우 (2나), (3나)처럼 '-들'이 쓰이기도 하지만, '-들' 없이 쓰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3나)의 경우, '-들'이 쓰이면 '나무'의 복수성을 표시한다기보다 '나무들의 종류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더 높다.

 

마지막으로 수사나 수관형사가 포함된 구를 사용하여 복수를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4) 가. 두 학생이 찾아왔다.

     나. 학생 둘이 찾아왔다.

     다. 학생 두 명이 찾아왔다.

     라. 두 명의 학생이 찾아왔다.

 

(4가)는 '수사/수관형사 + 명사', (4나)는 '명사 + 수사', (4다)는 '명사 + 수사/수관형사 + 단위성 의존명사', (4라)는 '수사/수관형사 + 단위성 의존명사 + 의 + 명사' 구성이다. 우리말은 수사나 수관형사가 포함된 구에 의한 복수 표현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된다.

 

'들'과 복수 표시

우리말에서 복수를 표시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들'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5) 학생들이 모두 어디로 갔느냐?

 

(5)는 (1다)를 다시 가져온 것인데 가산성을 띤 명사에 '들'이 결합하여 그 명사가 복수임을 표ㅗ시하는 '-들'의 전형적인 용법을 보여 준다. 복수를 표시하는 '-들'은 가산성을 띤 명사에 결합하는 것이 보통이고 흔히 물질명사라고 하는 질량성을 띤 명사나 추상명사라고 하는 추상성을 띤 명사와는 잘 결합하지 않는다.

 

그런데 '들'이 다른 경우 추상성을 띤 명사에 결합되기도 한다.

 

(6) 가. 빨리 물들 길어 오너라.

     나. 일들 부지런히 해라.

     다. 여기들 잠깐 기다려라.

     라. 어서들 오너라.

     마. 학교에들 갔느냐?

     바. 우선 먹어들 보아라.

 

(6가)는 질량성을 띤 명사에, (6나)는 추상성을 띤 명사에 '들'이 결합된 것이다. 심지어 '들'은 (6다)에서처럼 처소 표시 지시대명사나 (6라)처럼 부사, (6마)처럼 체언과 부사격 조사의 결합형, (6바)처럼 용언 어간과 어미 결합형에 결합되기도 한다. (5)에서와 달리 (6)에서는 '들' 앞에 선행하는 요소가 아닌, 각 문장의 주어가 복수임을 표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6)과 같은 예에 쓰이는 '들'을 이동에 의해 설명하기도 한다.

 

(7) (너희들) 빨리 물 길어 오너라

 

이런 문장은 대개 주어가 나타나지 않는 일이 보통인데 주어에 있던 '들'이 자리를 옮긴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들'의 범주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어 왔다. '들'을 복수접미사로 보는 견해가 많은데 이때 접미사란 굴절 접미사가 아닌 파생 접미사를 말한다. 하지만 '들'은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파생 접미사로 보기가 어렵다. 학자에 따라서는 '들'을 파생 접미사가 아닌 보조사로 보기도 한다. (6)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들'은 체언, 부사, 체언과 부사격 조사 결합형, 용언 어간과 어미의 결합형 등 다양한 환경에 쓰이므로 보조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문법에서는 (5)의 '-들'은 접미사에, (6)의 '들'은 보조사에 소속시키고 있다.

 

우리말에서 복수를 표현하기 위해 '-들'이 필수적으로 결합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이 사람들을 사랑한다"와 같이 가산성 명사가 '이, 그, 저'와 같은 지시 대명사의 수식을 받아 의미가 한정되면 '-들'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것처럼 질량성을 띤 명사나 추상성을 띤 명사는 '-들'과 결합하지 못하므로 다른 방식으로 복수가 표시되어야 한다. 예문 (2)와 (3)에서 보았듯이 수량을 표시하는 부사나 형용사가 쓰이는 경우 '-들'의 사용은 수의적이다. 이때 '사람, 동생, 학생'과 같은 유정명사가 '나무, 책상, 연필'과 같은 무정명사보다 '-들'과 결합하기가 더 쉽다. 최근에는 '-들'의 사용이 점차 확장되어 가는 경향이 있다.

 

 

6.1 동사

동사의 특징과 종류

동사는 사물의 움직임을 주로 과정적으로 표시하는 품사이다.

 

(1) 가. 동생이 책을 읽는다.

     나. 동쪽에서 해가 솟는다.

(2) 가. 독서는 책을 읽는다는 뜻이다.

     나. 일출은 해가 솟는다는 뜻이다.

 

(1)의 '읽는다'와 '솟는다'는 주어 명사구인 '동생'과 '해'의 움직임을 과정적으로 파악하여 표현하고 있다. (2)의 '독서'와 '일출'도 '(책을) 읽는다'와 '(해가) 솟는다'와 의미에 있어 공통점이 있으며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읽는다'와 '솟는다'가 움직임을 과정적으로 표현한 것과 달리 '독서'와 '일출'은 움직임을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읽는다'와 '솟는다'는 동사이고 '독서'와 '일출'은 동사가 아니다.

 

'움직임을 과정적으로 표시한다'라는 의미상의 특성은 기능 면에서도 드러난다. 동사 검증의 틀로 흔히 사용되는 것은 '무엇이 어찌한다'와 '무엇이 무엇을 어찌한다'의 '어찌한다'의 자리를 채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1가, 나)의 '읽는다'와 '솟는다'는 이 틀에 맞으므로 기능상으로도 동사의 요건을 충족시킨다.

 

동사는 다양한 기준에 의해 분류되어 왔다. 형태상의 기준에 의해 규칙 동사와 불규칙 동사로 나누어졌고 통사상의 기준에 의해 자동사와 타동사로 분류되어 왔으며 기능상의 기준에 의해 본동사와 보조동사로 분류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통사/의미적인 특성에 따라 심리 동사, 인지 동사, 이동 동사, 재귀 동사, 대칭 동사 등의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 동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구문의 특성이 밝혀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형태적인 특성을 중심으로 논의하게 되므로 규칙 동사와 불규칙 동사, 자동사와 타동사, 본동사와 보조동사 등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는 것으로 동사에 대한 논의를 한정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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