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체언과 그 쓰임 - 5.1 명사 [우리말 문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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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명사(계속)

자립명사와 의존명사

명사는 자립성의 유무에 따라 자립명사와 의존명사로 나뉜다. 의존명사를 형식명사라 하기도 하는데, 의존명사라는 명칭은 문장에서의 자립성이 없음에, 형식명사라는 명칭은 의미의 형식성에 주목한 명칭이다. 여기에서는 의존명사의 통사/의미적인 특성과 의미 기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의존 명사의 통사/의미적인 특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의존명사는 반드시 그 앞에 관형어가 수식해야 문장에서 쓰일 수 있다. 따라서 문장의 첫머리에는 나타날 수 없고 문장의 중간에 쓰일 때도 그 앞에 관형어가 나타난다.

 

(5) 가. 사과가 매우 많다. 

     나. 것이 매우 많다.

(6) 가. 나는 어쩔 수가 없었다.

     나. 나는 수가 없었다.

 

(5가)의 '사과'는 자립명사여서 문장의 첫머리에 쓰일 수 있지만, (5나)의 '것'은 의존명사여서 문장의 첫머리에 나타날 수 없다. (6가, 나)의 비교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의존명사는 문장의 중간에 쓰일 때에도 관형어의 수식을 받지 않고 쓰일 수가 없다.

 

둘째, 의존명사는 그 뒤에 결합되는 조사가 제한되기도 한다.

 

(7) 가. 고향을 떠난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나. 하루 종일 바다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 그는 나를 보자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라. 그는 눈을 감은 채로 그때 일을 회상했다.

     마. 있는 대로 다 가져오너라.

     바. 발을 헛디뎌 거의 물에 빠질 뻔했다.

 

(7가)의 '지'는 주로 주격조사 '이/가'와 결합하는데, 이런 유형에는 '지' 이외에도 '나위, 리, 수, 법, 턱' 등이 속한다. (7나)의 '뿐'은 주로 '이다'와 결합하는데, 이런 유형에는 '뿐' 이외에도 '따름, 나름, 터, 때문' 등이 속한다. (7다)의 '줄'은 주로 목적격 조사 '을/를'과 결합하는데, 이런 유형에는 '줄' 이외에도 '체, 척' 등이 속한다. (7라)의 '채'는 주로 '로'를 비롯한 부사격 조사와 결합하는데, 이런 유형에는 '채' 이외에 '김, 바람, 통' 등이 속한다. (7마)의 '대로'는 조사를 취하지 않은 채 부사어 노릇을 하는데, 이런 유형에는 '대로' 이외에도 '만큼, 양, 겸' 등이 속한다. (7바)의 '뻔'과 비슷한 유형에는 '만, 성, 듯'이 있는데, 이들을 '하다'나 '싶다'와 결합하여 쓰인다. 한편 '것, 데, 바, 이'처럼 이런 제약이 없는 부류도 있다.

 

이러한 점에 근거하여 (7가)의 '지'와 같은 의존명사를 주어성 의존명사, (7나)의 '뿐'과 같은 의존명사를 서술성 의존명사, (7다)의 '줄'과 같은 의존명사를 목적어성 의존명사, (7라, 마)의 '채, 대로'와 같은 의존명사를 부사성 의존명사, '것, 데, 바, 이'와 같은 의존명사를 보편성 의존명사라 부르기도 한다.

 

셋째, 의존명사는 그 앞에 오는 관형사형 어미가 제한되기도 한다.

 

(8) 가. 갑자기 비가 (오는, 온, 올, 오던) 바람에 옷이 다 젖었다.

     나. 나는 생선회를 (먹을, 먹은, 먹는, 먹던) 줄을 모른다.

 

(8가)에서 '바람'은 관형사형 어미 중 '-는'과, (8나)에서 '줄'은 관형사형 어미 중 '-(으)ㄹ'과만 결합한다. 물론 '것'처럼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넷째, 의존명사와 관련하여 안은 문장의 서술어가 제약을 받는 경우도 흔히 발견된다.

 

(9) 가. 그야 두말할 나위가 있나?

     나. 그는 그 사람이 돌아온 줄 알았다.

 

(9가) '나위'는 주로 '있다, 없다'와 같은 존재를 나타내는 동사를 서술어로 가지고, (9나)의 '줄'은 주로 '알다, 모르다'와 같은 인지동사를 서술어로 가진다.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것'과 같은 의존명사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앞에 오는 관형사가 어미가 제약되지 않을 뿐 아니라 뒤에 오는 서술어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이제 의존명사의 의미 기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의존명사는 형식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를 가진다. 의존명사의 의미 기능은 문맥이나 상황에 따라 주어진 자립명사에 대응되는 '대용'의 의미 기능, 시제나 동작상, 양태와 같은 문법적인 의미 기능, 사람이나 사물, 시간, 공간 등의 단위를 나타내는 단위의 의미 기능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의존명사가 대용의 의미 기능으로 쓰인 예를 살펴보자.

 

(10) 가. 사과가 두 개 있다. 그중 맛있는 것부터 먹어라.

       나. 들판에 꽃이 가득 피어 있다. 그 중 가장 예쁜 것을 골라 봐라.

 

(10가)의 '것'은 '사과'를 지칭하고, (10나)의 '것'은 꽃을 의미한다. 의존명사의 의미가 이처럼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현상은 대명사가 상황 지시적인 의미 해석을 가지는 것과 유사하다. 의존명사 중에서 사람을 대용하는 것에는 '이, 분, 놈, 년, 자' 등이 있고, 사물을 대용하는 것에는 '것, 놈' 등이 있고, 공간을 대용하는 것에는 '곳, 데, 군데' 등이 있다.

 

의존명사는 앞뒤에 오는 요소와 함께 사용되어 시간이나 양태와 같은 문법적인 의미 기능으로 쓰이기도 한다.

 

(11) 가. 집으로 오는 동안에 비를 맞았다.

       나. 책장을 뒤지던 중에 이상한 책을 발견했다.

 

(12) 가. 사람은 매워야 하는 법이다.

       나. 나도 할 수 있다.

 

(11가)의 '동안'은 '지속', (11나)의 '중'은 '진행'의 동작상 의미를 나타낸다. (12가)의 '법'은 '당위', (12나)의 '수'는 '가능'의 양태 의미를 나타낸다.

 

의존명사의 대표적인 의미 기능의 하나는 단위를 나타내는 기능이다. 이런 의미 기능은 주로 단위성 의존명사가 담당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바로 아래에서 따로 자세하게 언급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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