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품사 분류 - 4.3 우리말의 품사 체계 [우리말 문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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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우리말의 품사 체계(계속)

우리말 품사 분류의 문제점

일반적으로 우리말 품사는 9품사로 나누어진다. 하지만 품사 분류를 어렵게 하는 요소들이 있어 우리말 품사의 종류에 대해 적게는 5품사에서 많게는 13품사까지를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여기에서는 우리말의 품사 분류를 어렵게 하는 요인 몇 가지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첫째, 조사를 독립된 품사의 하나로 보아야 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품사란 단어를 분류하는 방식인데, 이미 언급한 것처럼 조사가 과연 단어인지에 대해서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조사는 문장에서 자립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다른 말에 붙어 주로 문법적인 의미를 더해 주므로 단어로 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조사와 유사한 의미 기능을 하는 어미를 단어로 보지 않으므로 조사 역시 단어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 문법에서는 대체로 조사와 어미를 '토'로 묶고 단어가 아닌 것으로 보아 품사의 하나로 분류하지 않는다. 하지만 용언 어간에는 어미가 필수적으로 결합해야 하지만 체언 뒤에는 조사의 결합이 수의적이므로 조사가 어미에 비해서는 더 자립적이라고 할 수 있어 어미보다는 단어의 특성을 조금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조사를 단어로 보느냐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조사 중에서 특히 학교 문법의 서술격조사 '이다'의 경우 학자들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어 왔다.

 

둘째, 우리말에서 동사와 형용사를 따로 분리할 필요가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우리말의 형용사가 영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의 형용사와 달리 다른 품사의 도움 없이 직접 서술어로 쓰일 수 있어 기능 면에서 동사와 차이가 크지 않다. 그리하여 문법서에 따라서는 동사와 형영사를 독립된 품사로 보지 않고 둘 다 동사의 범주에 넣어 '동작동사'와 '상태동사'로 하위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문법서들에서는 동사와 형용사가 의미 면에서도 차이가 있고 형식에 있어서도 특정 어미의 결합에서 타이를 보이므로 둘을 각각의 다른 품사로 인정하고 있다. 용언의 범주에 동사와 형용사 이외에 존재사를 따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존재사에는 '있다'와 '없다'가 포함되는데, 이들은 활용의 양상이 동사나 형용사와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셋째, 학자에 따라서는 명사, 대명사, 수사를 독립된 품사로 보지 않고 모두 포함하여 명사로 다루기도 한다. 그런 다음 본명사, 대명사, 수사로 하위분류하는 것이다. 사실 명사, 대명사, 수사는 형식이나 기능 면에서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주로 의미에 의해 각각 독립된 품사로 나누어진 것이므로 하나의 품사로 묶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명사와 수사는 이들의 앞에 오는 수식어의 제약이 더 많아 명사와 기능 면에서 구별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문법서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명사, 대명사, 수사를 별도의 품사로 두는 것이 편리할 때가 많다. 아울러 대명사와 수사 중에는 관형사와의 구별에 어려움이 있는 예들도 있다.

 

 

4.4 품사의 통용

통용 현상과 유형

하나의 단어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품사 부류에 소속된다. 그런데 다음의 예들은 두 가지 품사 부류에 소속되고 사전에서도 두 가지 품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처리된다. 이를 품사의 통용으로 다루기도 한다.

 

(1) 가. 나도 참을 만큼 참았다. <명사> / 나도 그 사람만큼 할 수 있다. <조사>

     나. 그 아이는 열을 배우면 백을 안다. <수사> / 열 사람이 백 말을 한다. <관형사>

     다. 오늘은 달이 매우 밝다. <형용사> / 이제 곧 날이 밝는다. <동사>

     라. 오늘은 바람이 아니 분다. <부사> / 아니,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감탄사>

 

(1가)의 '만큼'은 명사와 조사, (1나)의 '열, 백'은 수사와 관형사, (1다)의 '밝다'는 형용사와 동사, (1라)의 '아니'는 부사와 감탄사로 통용된다. 사전류에서도 (1가~다)는 같은 표제어 아래에서 두 품사의 기능을 주고 있고, (1라)는 표제어를 달리하여 '아니'로 동음이의어로 취급하고 있다.

 

통용의 유형에는 (1)에서 예를 든 '명조류', '수관류', '형동류', '부감류'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더 있다.

 

(2) 가. 그는 이지적이다. <명사> / 그는 이지적 인간이다. <관형사>

     나. 함께 해서 한평생이 행복했다. <명사> / 그런 얘기는 평생 처음 듣는다. <부사>

     다. 왕이여 만세를 누리소서. <명사> / 만세!, 대한 독립 만세. <감탄사>

     라. 거기가 어디예요. <대명사> / 나도 거기 갑니다. <부사>

     마. 네가 나보다 낫는구나. <조사> /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고 있다. <부사>

 

(2가)는 '명관류', (2나)는 '명부류', (2다)는 '명감류', (2라)는 '대부류', (2마)는 '조부류'이다. 다음과 같은 예들을 품사의 통용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

 

(3) 품 <명사> / 품다 <동사>, 띠 <명사> / 띠다 <동사>, 신 <명사> / 신다 <동사>

 

(3의) 예들은 명사와 동사 어간이 형태상 동일한 것들이다. 우리말에서 동사가 필수적으로 어미와 결합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사전에서 각각 다른 위치에서 표제어로 실리지만 어간만을 고려한다면 품사 통용의 유형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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