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품사 분류 - 4.2 우리말 품사 분류 기준과 품사 분류 [우리말 문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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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우리말의 품사 분류 기준과 품사 분류(계속)

(4) 가. 깊이, 깊다

     나. 높이, 높다

 

(4가, 나)에는 각각 '깊', '늪'이라는 말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고 '깊이'와 '깊다', '높이'와 '높다'를 같은 의미를 가지는 단어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품사 분류에서 말하는 '의미'란 이런 어휘적인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깊이'와 '높이'를 사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말로 묶고, '깊다'와 '높다'를 사물의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묶어 같은 품사로 분류한다.

 

같은 품사끼리는 의미 면에서 공통점이 많아 의미를 기준으로 품사를 분류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가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품사 명칭은 의미에 의해 붙여진 것이 많다. 하지만 품사란 단어들을 문법적인 성질에 따라 나눈 것이기 때문에 형식이나 기능과 달리 의미는 품사 분류의 본질적인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의미는 보조적인 기준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형식, 기능, 의미 이외에 다른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북한 문법에서는 이들 세 가지 기준 이외에 단어 조성적 특징을 품사 분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동일한 품사 분류의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언어에 따라 어떤 기준이 더 중요한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분류 기준의 단계적 적용

이미 언급한 것처럼 품사 분류의 기준들 중에서 더 중요하게 적용되는 기준이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은 언어마다 차이가 있으 을 수 있다. 우리말의 경우 기능이 품사 분류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우리말의 품사는 기능을 중심으로 하고 형식과 의미가 더해져서 분류가 이루어지게 된다. 품사 분류의 기준들 간의 중요성 정도가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실제 분류에서 기준이 적용되는 순서에 있어서도 선후가 있을 수 있다. 실제 품사 분류에서 세 가지 기준 중 어느 것을 먼저 적용하느냐는 연구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먼저 형식을, 그다음에 기능을, 마지막에 의미를 적용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구체적으로 품사 분류의 기준을 적용하여 우리말의 품사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말에 쓰이는 전체 단어를 놓고 형식의 기준에 의해 굴절을 하지 않는 단어군과 굴절을 하는 단어군으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불변어와 가변어이다. 다음으로 불변어는 그 기능에 따라 체언, 수식언, 독립언, 관계언 등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체언 뒤에 조사가 결합하는 것을 형식의 변화로 보지 않으면 가변어에는 용언만 속하게 된다. 따라서 가변어는 기능에 따라 다시 나눌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의미의 기준에 의해 체언은 '명사, 대명사, 수사'로, 수식언은 '관형사, 부사'로, 용언은 다시 '동사와 형용사'로 나눌 수 있다. 독립언에는 감탄사 한 종류가, 관계언에는 조사 한 종류가 포함된다.

 

우리말의 품사를 학교문법에 따라 일단 9품사 체계로 보고, 위에서 설명한 기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분류하면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생략) 물론 품사를 실제로 분류할 때 형식, 기능, 의미의 세 가지 기준이 항상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체언을 명사, 대명사, 수사로 분리하는 데에는 주로 의미의 기준이 적용된 것이지만 이 세 부류는 수식어의 제약 여부 등 기능에서도 차이를 가지고 있다. 수식언을 관형사와 부사로 분류한 것은 의미의 기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기능에 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곧 관형사는 주로 체언을 수식하고 부사는 용언이나 부사를 수식하는 기능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용언을 동사와 형용사로 나누는 것에는 의미의 기준 외에도 형식의 기준이 적용된다. '-는/ㄴ다, -는구나, -느냐, -어/아라, -자, -는' 등의 어미는 주로 동사와만 결합하고 형용사와는 결합하지 않는다. 결국 품사 분류는 최종 단계에서 형식, 기능, 의미의 세 가지 기준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3 우리말의 품사 체계

 

품사 체계와 품사별 특성

우리말의 품사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형식, 기능, 의미 등의 기준에 따라 체언, 수식언, 독립언, 관계언, 용언 등으로 나누어진다. 우리말 품사 분류 중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9품사 체계이다. 학교문법에서도 이러한 체계가 받아들여지고 있고 각종 사전류도 9품사 체계에 따라 기술되고 있다. 일단 9품사 각각에 대한 자세한 특징은 다음에 이어지는 장들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체언, 수식언, 독립언, 관계언, 용언의 순서로 각각의 품사별 특성을 간략하게 설명해 보기로 한다.

 

체언에는 명사, 대명사, 수사가 있다.

 

(1) 철수가 책을 읽는다.

(2) 나는 시를 좋아한다.

(3) 사과 하나가 떨어졌다.

 

(1)의 '철수, 책'은 '사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말'이므로 명사에 속한다. (2)의 '나'는 '사물의 이름을 대신하는 말'이므로 대명사에 속한다. (3)의 '하나'는 '사물의 수량을 나타내는 말'이므로 대명사에 속한다. (3)의 '하나'는 '사물의 수량을 나타내는 말'이므로 수사에 속한다. 명사, 대명사, 수사는 문장에서 목적어, 부사어, 서술어로도 나타나지만 주어적인 쓰임이 가장 뚜렷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체언이라 불러왔다.

 

수식언에는 관형사와 부사가 있다.

 

(4) 나는 새 옷을 샀다.

(5) 하늘이 매우 푸르다.

 

(4)의 '새'는 '체언 앞에서 그 뜻을 어떠한의 방식으로 분명하게 해 주는 말'이므로 관형사에 속한다. (5)의 '매우'는 '용언 앞에서 그 뜻을 어떻게의 방식으로 분명하게 해주는 말'이므로 부사에 속한다. 관형사와 부사는 수식의 대상이 다르지만 크게 보아 다른 말을 수식해 주는 기능을 하므로 수식언으로 묶는다.

 

독립언에는 감탄사가 있다.

 

(6) 아, 벌써 가을이구나.

 

(6)의 '아'는 '화자의 느낌을 표시하는 말'이므로 감탄사에 속한다. 감탄사는 뒤에 오는 문장과 관련을 맺지 않고 독립적으로 쓰일 수 있으므로 독립언이라 불러왔다.

 

관계언에는 조사가 있다.

 

(7) 아기가 엄마를 보고 웃는다.

(8) 엄마도 따라 웃는다.

 

(7)의 '가, 를'과 같이 '자립성 있는 말에 붙어 그 말과 다른 말의 관계를 표시하는 말'은 조사에 속한다. 조사는 주로 체언에 결합하여 체언의 격을 나타내므로 관계언이라 불러왔다. 조사 중에는 (8)의 '도'와 같이 다른 말과의 관계를 표시하기보다 자신의 고유한 의미를 더해 주는 것들도 있다. (7)과 같은 것들을 격조사, (8)과 같은 것들을 보조사라 부른다.

 

용언에는 동사와 형용사가 있다.

 

(9) 오월이면 장미가 핀다.

(10) 하늘이 매우 푸르다.

 

(9)의 '피다'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이므로 동사에 속한다. (10)의 '푸르다'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므로 형용사에 속한다. 동사와 형용사는 주어 명사구를 서술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용언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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