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형태소의 분석 방법과 단위들-1 [우리말 문법론]
- 우리말 문법론
- 2022. 9. 28.
3.2 형태소
형태소의 정의와 분류
언어 단위 중에는 그 자체로 일정한 의미를 가지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바다는 자체로 뜻을 가지지만 음절인 '바', '다'나 음절을 이루는 음소 'ㅂ', 'ㅏ'는 자체로는 뜻을 가지지 않는다. 뜻을 가지는 단위를 문법단위라 한다. 문법단위에는 형태소, 어절, 단어, 구나 절, 문장 등이 있다.
문법단위 중에서 가장 작은 단위를 형태소라 한다. 형태소는 단어의 구성 요소가 된다고 하여 어소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형태소는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단위로 정리한다. 따라서 바다는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단위이므로 형태소이지만 바와 다로 쪼개면 뜻을 가질 수 없으므로 형태소가 아니다. 바다, 하늘, 산처럼 하나의 형태소가 단어인 경우도 있지만 돌다리, 봄비, 산나물처럼 하나 이상의 형태소가 합하여 단어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형태소는 몇 가지 기준에 따라 나누어지기도 한다. 우선 문장에서 단독으로 쓰일 수 있느냐에 따라 자립형태소와 의존형태소로 나누어진다. 예를 들어 아이가 돌다리를 건넜다는 문장은 다음과 같이 자립형태소와 의존형태소로 나누어진다.
(1) 가. 아이, 돌, 다리
나. 가, 를, 건너-, -었-, -다
(1가)는 자립형태소이고 (1나)는 의존형태소이다. 의존형태소는 '건너-, -었-, -다'처럼 붙임표를 사용하여 표시하기도 하지만 '가'와 '를'과 같은 조사의 경우는 비록 의존형태소이지만 붙임표를 붙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말의 명사나 부사는 거의 대부분 자립형태소이지만 동사나 형용사는 어간과 어미가 결합해야만 자립할 수 있으므로 어간과 어미 각각의 의존형태소이다. '풋과일, 헛기침, 맨손'의 '풋-, 헛-, 맨-'과 같은 파생접두사나 '울보, 덮개, 겁쟁이'의 '-보, -개, -쟁이'와 같은 파생접미사도 문장에서 자립적으로 쓰이지 않으므로 의존형태소이다.
형태소가 가진 의미가 실질적인 개념을 나타내느냐 형식적인 관계를 나타내느냐에 따라 실질형태소와 형식형태소로 나누기도 한다. 앞의 예문 (1)에서 실질형태소와 형식형태소를 구분해 보기로 하자.
(2) 가. 아이, 돌, 다리, 건너-
나. 가, 를, -었-, -다
(2가)의 말들은 구체적인 대상이나 동작, 상태와 같은 어휘적 의미를 나타내므로 실질형태소이다. 반면에 (2나)의 말들은 실질형태소에 붙어 말과 말 사이의 관계나 기능을 형식적으로 나타내므로 형식형태소이다. 실질형태소를 어휘형태소, 형식형태소를 문법형태소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말에서 명사, 부사 또는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 등은 실질형태소이고 조사와 어미는 형식형태소이다. 위에서 예를 든 '풋-, 헛- 맨-', '-보, -개, -쟁이'와 같이 단어 형성의 기능을 가진 접두사나 접미사는 얼마간 어휘적인 의미 기능을 가지지만 대체로 형식형태소에 포함시킨다. 자립형태소는 대체로 실질형태소와 일치하고 의존형태소는 대체로 형식형태소와 일치한다. 다만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은 의존형태소이면서 실질형태소에 속한다.
형태소 중에는 문장이나 단어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다른 형태소와의 결합에 제약이 아주 심해서 단 하나의 다른 형태소와만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예로 오솔길의 오솔을 들 수 있는데, 이를 불구형태소 혹은 특이형태소라 불러 다른 형태소와 구별하기도 한다.
형태소, 형태, 이형태
형태소는 항상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주위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실현되기도 한다. 가령 웃는다의 '웃-'을 예로 들어보면 웃어라, 웃으니에서는 표기된 대로 '웃-'으로 실현되지만 웃지, 웃고에서는 '욷-'으로 웃니, 웃는다에서는 '운-'으로 실현된다. 이처럼 하나의 형태소가 '웃-, 욷-, 운-' 등으로 그 음상을 달리하는 현상을 교체라 하며 교체에 의한 교체형 각각을 이형태라 한다. 이형태들은 상보적인 분포를 보인다.
우리는 이쯤에서 형태소와 형태를 구별해 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위를 추상적으로 이름 부를 때는 형태소라 하고 이 형태소의 구체적인 실현형을 이름 부를 때는 형태라 한다. 따라서 위의 '웃-'의 경우처럼 하나의 형태소가 여러 개의 형태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형태가 여러 개로 나타날 때 이들 형태들 간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이형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추상적인 단위로서의 형태소와 그 구체적인 실현형으로서의 형태를 구별하지 않고 형태소라는 용어로 두 개념을 포괄하여 부르기도 한다.
이형태 교체의 양상
이형태의 교체는 교체의 조건에 따라 음운론적으로 조건 지어진 교체와 형태, 어휘론적으로 조건 지어진 교체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주격조사가 '이~가', 목적격조사가 '을~를'로 나타나는 것은 이형태의 분포 조건이 앞에 오는 체언의 끝소리가 자음이냐 모음이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음운론적인 조건에 따르고 있다. 이러한 교체에 의한 이형태를 음운론적으로 조건 지어진 이형태라 한다. 과거 시제를 나타내는 선어말어미의 경우 보았다의 '-았-'과 먹었다의 '-었-'에서 볼 수 있듯이 앞에 오는 어간이 양성모음이면 '-았-', 음성모음이면 '-었-'으로 나타나 역시 음운론적인 조건에 따른 교체를 보여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하다의 경우 하였다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의 선어말어미가 '-였-'으로 실현된다. '-였-'과 같이 특정 단어 뒤에서만 교체가 실현되는 이형태를 형태, 어휘론적으로 조건 지어진 이형태라 한다.
교체를 자동적 교체와 비자동적 교체로 나누기도 한다. 자동적 교체는 그러한 교체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 언어의 음운 체계가 깨어지는 결과가 초래되는 교체를 말하고 비자동적 교체는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교체를 말한다. 위에서 설명한 '웃-'과 '욷-'과 '운-'의 교체는 국어의 받침 발음의 제약이나 비음동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자동적 교체의 예이고 주격조사 '이'와 '가'의 교체는 자음 뒤에서는 '이', 모음 뒤에서는 '가'가 오는 것이 필수적이지 않으므로 비자동적 교체의 예이다. '하-' 뒤에서 '-였-'을 선택하는 것과 같은 형태, 어휘적으로 조건 지어진 교체는 모두 비자동적 교체이다. 요즈음은 비자동적 교체를 형태음운론적 교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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