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우리말 문법 현상의 특징-1 [우리말 문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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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형태적 특징(계속)

둘째, 우리말에는 조사와 어미가 풍부하다.

우리말에는 체언에 붙는 조사와 용언의 어간에 붙는 어미가 풍부하다. 대부분의 문법적 관계는 조사와 어미에 의하여 표시된다. 체언의 뒤에 조사와 같은 것이 붙는 언어를 후치사적 언어 또는 핵 뒤 언어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전치사적 언어인 영어 등의 인도유럽어와 대칭을 이루고 있다. 조사 가운데는 보조사라는 것이 있어서 미묘한 의미 차이를 표시하는 데 잘 이용된다. 특히 연결어미는 문장과 문장을 잇거나 동사를 이어 주어, 문장의 구조를 역동적으로 구성해 나간다. 이러한 현사은 알타이어 문법에 편재하여 있는 부동사와 공통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조사와 어미는 앞의 1장 (2)에서 본 바와 같이 선행어의 음성적 성질에 따라 형태의 교체가 일어난다. 같은 교착어라도 일본어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다.

 

셋째, 우리말에는 의존명사와 단위성 의존명사가 발달되어 있다.

 

(2) 가. 저기 가는 이가 누구냐?

     나. 우리 집에서는 소 두 마리를 기른다.

 

(2가)의 이는 자립성이 없어 반드시 관형사형 어미를 앞세워야 한다. 우리말에는 이런 명사가 많다. 같은 교착어인 일본어에도 이런 명사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2나)의 마리는 선행하는 명사 소의 수량을 단위상으로 지시할 때 사용한다. 이러한 의존명사는 이른바 분류사와 일치하는 것이 많다.

 

넷째, 우리말에는 유정 명사와 무정 명사가 형태론적으로 구분된다.

 

(3) 가. 동생에게 물을 주어라.

     나. 꽃밭에 물을 주어라.

 

(3가)의 동생과 같이 선행 명사가 유정 명사이면 낙착점 처소의 부사격으로 에게를 취하고 (3나)의 꽃밭처럼 무정 명사이면 낙착점 처소의 부사격으로 에를 취한다.

 

다섯째, 우리말에는 비통사적 합성법 등 특이한 단어 형성법이 확인된다.

 

(4) 가. 갈닦다, 감싸다; 곧바르다, 높푸르다; 감발, 꺾쇠

     나. 신을 신어라.

 

(4가)는 동사의 어간이 합성어의 선행 요소가 되어 단어 형성에 참여하는 예이다. '갈-, 감-, 곧-, 높-, 꺾-'이 중간에 연결어미를 두지 않고 직접 다른 동사, 형용사, 명사와 통합되어 있다. (4나)는 명사 신이 바로 동사의 어간이 되어 있다. 전자는 우리말의 전 역사에서 광범하게 발견할 수 있고, 후자는 중세어에 더 보편적이다.

 

여섯째, 우리말은 상징부사와 색채어의 형성이 특이하다.

 

(5) 가. 반짝반짝~번쩍번쩍, 깡충깡충~껑충껑충

     나. 감감하다~깜깜하다~캄캄하다

 

(5가)는 모음의 교체에 의하여 상징 부사가 형성되는 예이고 (5나)는 자음이 교체되어 색채어가 미묘한 의미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예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말의 특징으로서 일찍부터 주목되어 왔다.

 

 

2.2 통사적 특징

첫째, 통사론적으로 볼 때 우리말은 주어-목적어-동사 언어에 속한다.

 

(1) 가. 철수가 책을 읽는다.

     나. 철수가 간다.

 

이곳의 동사라 함은 학교 문법의 서술어를 가리킨다. 우리말은 (1)과 같이 동사가 문장의 끝에 온다. 유형론적으로 끝자리 동사 언어에 속한다. 같은 교착어인 일본어와 차이가 없다. 중국어나 영어는 동사가 주어와 목적어 사이에 놓여 우리말과는 성격이 다르다. (1가)는 타동사문이고 (1나)는 자동사문이다.

 

둘째, 우리말은 자동사와 타동사의 주어의 형태가 같아 대격 언어에 넣기도 한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주어 명사구가 목적어 명사구의 기능을 표시하는 일이 있다.

 

(2) 가. 아기의 눈물이 그쳤다.

     나. 영수가 늙은 이발사에게 머리를 깎았다.

 

위의 (2)의 그쳤다, 깎았다는 다음과 같이 동작주가 설정되어도 동사의 형태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2') 가. 어머니가 아기의 울음을 그쳤다.

      나. 늙은 이발사가 영수를 머리를 깎았다.

 

(2)에서 동작주를 설정함으로써 주어 명사구가 (2')에서 목적어 명사구로 해석된다는 것은 우리말의 통사 구조에 능격 구성의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능격 언어는 일반적으로 자동사문의 주어와 타동사문의 목적어가 같다.

 

셋째, 조사와 어미는 문장 형성의 기능을 띠고 있다. 앞의 1장 (3)의 예를 다시 가져오기로 한다.

 

(3) 가. 영수 동생이 재미있는 책을 열심히 읽는다.

     나. 철수 누나가 빨간 종이를 예쁘게 자른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사와 어미는 단어의 울타리를 넘어 구에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을 중시하면 조사와 어미가 문장 형성에 직접 관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넷째, 우리말은 어순이 비교적 자유롭다. (3가)를 다음고 같이 어순을 바꾸어 보기로 한다.

 

(3가') 재미있는 책을 영수 동생이 열심히 읽는다.

 

주어와 목적어의 순서를 바꾸어 놓아도 문장의 기본적인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우리말에는 일정한 문법적 기능을 띠고 문장의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조사와 어미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사를 수식하는 말은 항상 명사 앞에 놓인다.

 

(4) 가. 책상 위에 새 책이 많이 쌓여 있다.

     나. 저분은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은사님입니다.

 

(4가)의 새는 언제나 명사 앞에만 올 수 있고 그 뒤로는 자리를 옮길 수 없다. 프랑스어를 비롯한 인도유럽어는 꾸미는 말이 명사 뒤에 오기도 한다. (4나)의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은 뒤에 오는 은사님을 꾸며 주는 관형절이다. 영어 등의 인도유럽어는 관계절이 관계대명사를 사이에 두고 명사 뒤에 자리를 잡는데 우리말은 명사 앞에 자리를 잡는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우리말은 좌분지 언어에 영어는 우분지 언어에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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