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통사적 특징(계속)
다섯째, 우리말은 공대법이 발달되어 있다.
(5) 가.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신다.
나.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십니다.
(5가)는 화자인 아들이 주어 명사구인 아버지를 높일 때 그것에 일치하여 선어말어미 '(으)시-'를 붙였다. 그리고 나가신다라는 말은 상대방이 주어 명사구보다 지위가 낮을 때 선택되는 해라체의 평서형이다. (5나)는 반대로 상대방의 지위가 화자보다 높을 때 선택되는 합쇼체의 평서형이다. 공대법은 우리말과 같은 교착어이며 동시에 SOV 언어인 일본어에도 발달되어 있다.
여섯째, 우리말은 주어 명사구는 물론 목적어 명사구가 한 문장 안에 동시에 출현하는 일이 많다.
(6) 가. 토끼는 앞발이 짧다.
나. 영수는 볼펜을 모나미를 샀다.
(6가)는 서술절 앞발이 짧다가 주어 명사구 토끼에 대하여 서술어 노릇을 하고 있다. 토끼는을 주제어로 보지 않고 주어로 본다면 두 개의 주어가 동시에 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나)는 모나미 볼펜이라고 해도 될 것을 볼펜을 모나미를 같이 목적어 명사구를 둘로 표현하였다. (6가)의 토끼는을 주제어로 보아 우리말을 주제 부각형 언어에 넣기도 한다.
일곱째, 우리말에는 주어, 목적어 등 주성분이 나타나지 않는 일이 많다.
(7) 가. 산 찾아 물 따라 나선 걸음이 어느새 설악산 안으로 덜어섰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조국의 강산이다.
나. 영수: 네. 그럼 물어 보겠어요. 우리말 공부는 무엇을 위해 하나요?
형님: 옳지, 잘 물었다.
다. 저 흰 눈이 덮인 산꼭대기에는 넓은 호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7가)의 첫 문장에는 주어가 잘 나타나 있으나 둘째 문장에서는 주어를 찾을 수 없다. 목적어도 첫 문장과 관련시키지 않으면 그 정체를 알 수가 없다. (7나)는 대화에서 따온 것이다. 영수의 말에나 형님의 말에 주어가 나타나 있지 않다. (7다)에는 무엇을 주어로 삼아야 할지 말하기가 어렵다. 이런 현상을 무주어문이라고 말하는 일도 있다. 영어와 같은 인도유럽어는 가주어를 붙여서라도 주어를 명시한다. 우리말이나 일본어와 같이 주어가 잘 나타나지 않는 언어를 사건 중심의 언어, 또는 담화 중심의 언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하여 인도유럽어는 동작주 중심의 언어라 부르기도 한다.
3.1 분석방법
계열 관계와 통합관계
언어는 다양한 단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음운, 음절과 같은 소리의 단위나 형태소, 어절, 단어, 구나 절, 문장과 같은 문법 단위 등이 바로 언어 단위들이다. 언어 연구는 이들 언어 단위를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면 언어 단위들이 어떤 원리에 따라 분석되는지 구체적인 보기를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1)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예문 (1)은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의 세 토막으로 나누어진다. 이렇게 토막토막 떨어져 나오는 단위를 어절이라고 한다.
이렇게 세 토막으로 나누어지는 것은 나는의 자리에 너는, 바다를의 자리에 산을, 좋아한다의 자리에 싫어한다와 같은 말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같은 성질을 가진 다른 말이 갈아드는 것을 대치라고 한다. 이런 종류의 말은 계열체를 이룰 수 있으므로 이들을 계열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계열관계를 더 자세하게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1')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너는 산을 싫어한다.
그는 하늘을 사랑한다.
한편 예문 (1)을 이루는 각각의 단위 앞이나 뒤에 다른 말이 올 수가 있다.
(2) 나는 푸른 바다를 무척 좋아한다.
예문 (2)에서는 나는과 바다를 사이에 푸른이, 바다를과 좋아한다 사이에 무척이 와 있다. 이와 같이 어떤 말의 앞이나 뒤에 다른 말이 더해지는 것을 결합이라고 하고 결합을 이루는 말들 사이의 관계를 통합관계라고 한다.
예문 (1), (2)를 통해서 보았듯이 문장은 계열관계나 통합관계를 만족시키는 경우 더 작은 단위인 단어나 어절로 나눌 수 있다. 계열관계나 통합관계의 원리는 문장을 단어나 어절로 나눌 수 있다. 계열관계나 통합관계의 원리는 문장을 단어나 어절로 나누기 위해서뿐 아니라 단어를 형태소로 나누는 등 다양한 언어 단위의 분석에 사용된다. 단어를 더 작은 단위로 나누어 보기로 하자.
(3) 뒷산은 온통 하얀 밤꽃으로 가득하다.
예문 (3)에서 단어인 뒷산은 뒷 대신에 앞을 사용한 앞사과의 대비에 의해 계열관계를 만족시키므로 더 작은 단위인 뒷과 산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가득하다의 경우 가득하였다와의 대비를 통해 통합관계를 만족하므로 더 작은 단위인 '가득하-'와 '-다'로의 분석이 가능하다. 단어를 형태소로 나누는 것에 대한 더 자세한 논의는 다음 절에서 제시된다.
직접구성성분 분석
예문 (1)은 평면적으로 세 토막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문장은 일단 나는과 바다를 좋아한다로 나누어지고 뒤의 것은 다시 바다를과 좋아한다로 나누어진다. 이와 같이 어떤 언어 단위를 층위를 두고 분석할 때 일차적으로 분석되어 나오는 성분을 직접구성성분이라 한다.
직접구성성분에 의한 분석은 문장을 단어나 어절로 분석하는 데뿐만 아니라 복합어를 분석하여 합성어와 파생어로 구분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다.
분석의 어려움
단어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계열관계나 통합관계에 따라 더 작은 단위로 분석된다. 그리하여 돌다리는 돌과 다리로 먹었다는 '먹-'과 '-었-', '-다'로 분석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단어를 더 작은 단위로 분석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5) 가. 주무시다, 계시다
나. 에서
다. 새롭다, 외롭다
(5가)의 주무시다, 계시다의 경우 의미를 생각하면 '주무-', '계-'와 존경의 '-시-'를 분석할 수 있을 듯하지만 선행 요소가 공시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분석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5나)의 에서는 공시적으로 에와 서가 존재한다. 하지만 에서는 에와 서를 합친 의미와 다소간 다른 의미를 가지고 쓰인다. (5다)의 새롭다, 외롭다의 경우 새와 외가 파생접미사 '-롭-'과 결합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공시적으로 새는 관형사, 외는 파생접두사로 쓰이고 있어 '-롭-'이 명사와 결합하여 형용사를 파생한다는 사실에서 벗어난다. 따라서 이런 예들은 분석이 어렵다.
(5)와 같은 예에서 분석이 어려운 것은 구조주의에서의 분석이 공시적인 쓰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만일 어원적인 사실을 고려한 부석을 하게 된다면 (5)의 예 중 상당수는 더 분석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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