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문법과 문법 연구-2 / 제2장 우리말 문법 현상의 특징 [우리말 문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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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문법의 영역과 연구방법(계속)

이제 구체적인 예문을 가지고 형태론과 통사론의 영역과 접면 문제를 검토하여 보기로 한다.

(1)은 어근에 접사가 붙거나 어근끼리 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든 예이다.

 

(1)가.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고 계셨다.

    나. 남의 논밭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1가)의 바느질은 명사 어근 바늘에 접미사 -질이 붙어서 바늘로 옷을 짓거나 꾸미는 행위라는 새로운 단어가 형성되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바늘의 끝 자음이 탈락되었다. (1나)의 논밭은 논과 밭이라는 두 명사 어근이 결합하여 논밭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형성되었다. 접사가 붙거나 단어가 합쳐져도 단어 이상의 경계를 넘어서지 않는다. 전형적인 형태론이란 (1)과 같이 단어의 형성에 얽힌 문제를 구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1가)는 파생법, (1나)는 합성법이라 부른다. 조사와 어미는 의존 형식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되지만 세부적으로는 성격이 다르다.

 

(2)가. 동생이 책을 읽는다.

    나. 누나가 종이를 자른다.

 

(2가)에서 조사와 어미를 분별하면 다음과 같다.

 

(2가') 동생-이 책-을 읽-는다.

 

이곳의 조사와 어미는 선행하는 명사와 동사의 음성 환경에 따라 달리 실현된다. 끝소리가 모음으로 되어 있으면 다음과 같이 조사와 어미의 모습이 약간 달라진다.

 

(2나') 누나-가 종이-를 자르-ㄴ다.

 

선행어가 자음으로 끝나 있으면 '이, 을, -는다'가 붙고 모음으로 끝나있으면 '가, 를, -ㄴ다'가 붙는다. 어미 가운데는 '읽-어, 잘ㄹ+아'와 같이 모음조화에 따라 두 종류로 교체되기도 한다. 조사와 어미의 형태 교체는 단어 경계를 넘어서지 않는다. 조사와 어미가 붙어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는 현상을 굴절법이라 부를 수 있다. 굴절법도 선행어가 명사냐 동사냐에 따라 구별한다. 후자는 완전 굴절법, 전자는 준굴절법이라고 한다. 선행어가 자립성이 없으면 완전굴절법, 자립성이 있으면 준굴절법이다.

 

그러나 조사와 어미의 기능은 형태 교체와 성격이 다르다.

 

(3)가. 영수 동생이 재미있는 책을 열심히 읽는다.

    나. 철수 누나가 빨간 종이를 예쁘게 자른다.

 

(3)은 (2)에 부성분을 덧붙여서 문장의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한 것이다. 이제는 조사와 어미가 단어의 경계를 넘어서 다음과 같이 구에 붙는다.

 

(3')가. [영수 동생]이 [재미있는 책]을 [열심히 읽는다.]

     나. [철수 누나]가 [빨간 종이]를 [예쁘게 자른다.]

 

그러니까 조사와 어미는 형태 교체상으로는 형태론의 소관 이지마는 기능상으로는 통사론의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다. 조사와 어미는 엄격히 말하여 형태 통사론의 영역에 속한다고 규정할 수 있다. 조사와 어미는 엄격히 말하여 형태통사론의 영역에 속한다고 규정할 수 있다. 형태 통사론이라고 함은 형태 교체는 형태론에서 다루지만 기능은 통사론에서 취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태 통사론은 형태론과 통사론의 접면 영역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통사론은 단어와 단어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편의상 (2), (3)에서 들었던 예문을 다시 가져오기로 한다.

 

(4)가. 동생이 책을 읽는다.

    가'. 누나가 종이를 자른다.

    나. 영수 동생이 재미있는 책을 열심히 읽는다.

    나'. 철수 누나가 빨간 종이를 예쁘게 자른다.

    다. 동생이 책을 읽으면 누나가 종이를 자른다.

 

(4가, 가')는 주성분인 주어, 목적어, 동사 서술어가 모여서 우리말의 기본 문형 중 하나인 타동사문을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하여 (4나, 나')는 위의 기본 문형에 부성분이 붙어 문장이 길어졌다. (4다)는 (4가, 가')의 두 문장이 연결어미 '-(으)면'에 의하여 이어져 있다. 이렇게 통사론은 기본 문형을 중심으로 성분이 덧붙어 길어지거나 문장과 문장을 배합하여 구성이 복잡한 문장을 만드는 절차를 다룬다.

 

다음과 같은 의미 해석의 문제도 통사론의 소관이다.

 

(5)가. 이건 누나 사진이야.

    나. 철수와 영이가 토끼를 기른다.

 

(5가)는 이 문장만 가지고는 누나가 찍은 사진인지, 누나를 찍은 사진인지 분명치 않다. (5나)도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철수와 영이가 함께 토끼를 기른다라는 뜻인지, 철수와 영이가 따로따로 토끼를 기른다라는 뜻인지 분명치 않다. 물론 앞뒤에 다른 문장이 오거나 상황이 주어지면 중의성이 해소된다.

 

 

2.1 형태적 특징

앞에서 우리는 문법 연구의 두 분야로 형태론과 통사론을 설정한 바 있다. 앞으로의 문법 서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우리말 문법 현상의 특징을 형태론과 통사론에 걸쳐 확인하여 보기로 한다. 우리말의 문법적 특징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우리말이 형태론적으로는 교착어에 속하고 통사론적으로는 주어-목적어-동사 유형에 속한다는 것이다.

 

첫째, 우리말은 형태론적으로 볼 때 교착어에 속한다.

형태론적으로 교착어에 속한다고 함은 어간과 어미의 형태가 투명하여 하나의 형태에 하나의 기능이 일대일로 대응된다는 뜻이다. 영어와 같은 굴절어는 어간과 어미의 경계도 분명하지 않고 하나의 형태에 여러 가지 기능이 대응된다. 이를테면 I saw you의 saw에서 어디까지가 보다에 대응하고 어떤 요소가 과거를 표시하는지 쉽게 가려낼 수 없다. 고립어인 중국어는 일반적으로 어순이 문법적 관계를 표시한다. 

 

다음의 예를 보기로 한다.

 

(1) 선생님은 벌써 떠나셨겠습니다.

 

(1)을 보면 체언 선생님과 조사 은의 경계가 분명하고 선생님을 구성하고 있는 체언 선생과 님의 경계가 분명하다. 떠나셨겠습니다도 마찬가지다. 어간은 '떠나-'이고 여기에 어미부 '-셨겠습니다'가 붙어 있다. 어미가 어간에 붙을 때에는 먼저 어간에 합쇼체의 평서형 어미 '-ㅂ니다'가 붙어 단어를 완성하고 필요에 따라 '-(으)시-'나 '-었-'과 '-겠-'을 붙일 수도 있다. '-ㅂ니다'의 '-ㅂ-, -니-, -다'에도 일정한 기능을 줄 수 있다. '-ㅂ-'에는 합쇼체의 등급을, '-니-'에는 직설법, '-다'에는 진술의 종결 기능을 줄 수 있다.

 

우리말이 교착어에 속한다고 하지만 고립어적인 속성도 있고 굴절어적인 양상도 보인다. 관형사는 새 책이 많이 쌓였다에서 보듯이 순서가 고정되어 있어 자리를 바꿀 수 없다. 중국어와 같이 어순에 의하여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는 것이다. 나도 가네에 나타나는 '-네'는 하게체의 평서형 어미인데 직설법 '-느-'에 하게체의 평서형 어미 '-(으)이'가 융합된 것으로 한 형태에 두 기능이 배당된다. 이는 굴절어적인 속성이다. 중세어에는 어간과 어미의 경계가 분명치 않은 일도 있고 한 형태소 속에 다른 형태소가 끼어들어 불연속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이 역시 굴절어적인 측면이다. 굴절어적인 양상은 현대어보다는 중세어에 더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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