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용언과 그 쓰임 - 6.2 형용사 [우리말 문법론]

반응형

6.2 형용사(계속)

주관성 형용사와 객관성 형용사

형용사, 특히 성상형용사는 다시 주관성 형용사와 객관성 형용사로 나누기도 한다.

 

(4) 고프다, 아프다, 싫다, 좋다, 싶다

(5) 가. 검다, 달다, 시끄럽다, 거칠다, 차다

     나. 착하다, 모질다, 아름답다, 성실하다

     다. 같다, 다르다, 낫다

     라. 있다, 없다

(6) 아니다

 

(4)는 주로 화자의 심리 상태를 서술하는 형용사로서 이를 주관성 형용사라 부른다. 이에 비해 (5)는 대상의 속성을 표현하고 있어 객관성 형용사라 부른다. (5)는 다시 '감각적 의미'를 나타내는 (5가), '화자의 대상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5나), '비교'를 나타내는 (5다), '존재'를 나타내는 (5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6)은 서술격조사 '이다'의 부정형인데 학교 문법이나 각종 사전류에 형용사로 분류하고 있다. '아니다'는 보어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불완전 형용사로 처리할 수 있다.

 

주관성 형용사는 주어의 의미역이 경험주인 경우가 많고 객관성 형용사는 대상이거나 처소인 경우가 많다. 또한 주관성 형용사는 '고파한다, 아파한다, 싫어한다, 좋아한다' 등과 같이 '-어하다'와의 결합이 가능하지만 객관성 형용사는 그렇지 않다. 주관성 형용사와 객관성 형용사는 몇 가지 테스트를 통해 구분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지금'과 같이 쓰일 수 있으면 주관성 형용사이고 그렇지 않으면 객관성 형용사라는 것이다.

 

(7) 가. 나는 지금 배가 고프다.

     나. 그는 지금 매우 착하다.

 

(7가)의 '고프다'는 주관성 형용사로서 '지금'과 같이 쓰이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7나)의 '착하다'는 객관성 형용사로서 '지금'과 같이 쓰이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다만 객관성 형용사라도 두 시점을 비교하여 기술할 때는 '지금'과 같이 쓰일 수 있다.

 

형용사와 자동사

전통 문법에 기대어 용언을 동사와 형용사로, 동사는 다시 자동사와 타동사로 나누었지만 그 경계를 긋기가 어려운 일이 많다. 앞에서 본 능격 동사는 같은 형태의 동사가 자동사와 타동사로 공용되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자동사로도 볼 수 있고 타동사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자동사 가운데는 형용사와 성격을 같이하는 일이 있다.

 

(8) 가. 그 신발이 내게 잘 맞는다 / 맞다.

     나. 철수는 참 잘 생겼다 / 철수는 이미 잘 생겼다.

 

(8가)의 '맞다'는 종결형을 보면 동사와 형용사로 통용된다고 말할 수 있으나 오른쪽의 관형사형을 보면 동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종결형도 다음과 같이 진행상 형태를 취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면 형용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8가') 그 신발이 내게 잘 맞고 있다.

 

한편 (8나)의 '생기다'는 '이제 기운이 생긴다'와 같은 예에서는 동사임에 틀림없으나 위에서 제시한 예문의 '생겼다'와 같이 어미 '-었-'을 취하면 형용사로 기능한다. 종결형과 관형사형 모두에서 '참'과 같은 정도부사만 형용사로 기능한다. 종결형과관형사형 모두에서 '참'과 같은 정도부사만 수식어로 쓰일 수 있고 시간 부사 '이미'와는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었-'과 결합되는 '생기다'는 형용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6.3 보조용언

보조용언의 특징과 종류

용언은 문장 안에서 자립적으로 쓰여 서술어의 기능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의존적으로 쓰여 다른 서술어를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1) 가. 나는 독서 후에는 늘 감상을 적어 둔다.

     나. 나는 그 섬에 가고 싶다.

(2) 가. 나는 독서 후에는 늘 감상을 둔다.

     나. 나는 그 섬에 싶다.

 

(1가)의 '두다'는 동사이고, (1나)의 '싶다'는 형용사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반적인 동사나 형용사와는 달리 어휘적인 의미가 명시적이지 않고 문장에서 혼자서 서술어로 쓰이지도 않는다. 이런 유형의 서술어들은 (2가, 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선행하는 서술어 '적다'와 '가다'를 제거하면 문장이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상황에 따라 보조용언만으로 문장이 성립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3) 가. 책을 서가에 꽂아 두었다.

     나. 책을 서가에 두었다.

 

(3나)처럼 '두다'만으로 문장이 성립하므로 보조용언만으로도 문장이 성립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3나)의 '두다'는 본용언으로서 '책을 서가의 어느 곳에든 놓아두다'의 의미로 쓰인 것이고 다음에서 언급하게 될 보조용언으로서의 '두다'의 의미인 '보유' 내지 '완료'의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3나)의 '두다'는 본용언으로 쓰인 것이므로 보조용언만으로 문장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전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예문 (1)과 (2)에서 '적다'와 '가다'를 빼면 문장이 성립하지 않지만 '두다'와 '싶다'는 빼어도 문장이 성립한다. '두다'와 '싶다'를 뺀 아래의 예문 (4)를 예문 (1)과 비교하면 '두다'와 '싶다'가 어휘적인 의미보다 문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가. 나는 독서 후에는 늘 감상을 적는다.

     나. 나는 그 섬에 간다.

 

(1가)와 (4가)를 비교하면 '두다'는 '어떤 행위가 끝나고 그것이 지속된다'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1나)와 (4나)를 비교하면 '싶다'는 '무엇을 희망하다'의 의미가 파악된다. 이와 같이 다른 서술어에 기대어 그 말의 문법적인 의미를 더해 주는 용언을 보조용언이라 부른다.

 

본용언에 보조용언이 결합될 때 일정한 어미만을 요구하는 제약도 있다. 예를 들어 보조용언 '가다'와 '주다'는 연결어미 '-아/어' 뒤에서 나타날 때만이 보조용언의 구실을 한다. 다른 연결어미 아래 쓰이면 두 개의 본용언이 병치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